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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암과 미수
    내 삶의 나침반 2019. 10. 11. 22:18
    조선조 현종과 숙종 당시는 노론과 남인간의 당파싸움이 한창 치열하던 시기였다.이 때 노론의 우두머리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이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우암은 조선왕조실록에 그 이름이 무려 3천번 이상이나 등장하는 인물로,문장과 서체가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저술 등 수많은 일화들이 전해지고 있다.
     
    우암은 특이한 방법으로 건강을 유지하였는데 그 요법은 매일 아침마다 아기의 오줌을 마시는 것이었다. 그것은 효험이 있었던지 추운 겨울에도
    냉방에서 잠을 잘 정도였는데 이런 그가 갑자기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여러 날이 지나도 병세가 나아지지 않자,
    우암은 큰 아들을 불러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여의치 않으니 지금 당장 미수 대감께 가서 내 병세를 자세히 말씀드리고 약방문을 얻어오면 좋겠구나"
     
    이 말은 들은 아들은 펄쩍 뛰었다.미수 대감이란 바로 다름 아닌 남인의 우두머리, 허목(1595-1682)으로 대왕대비의 복상(服喪)문제나 정사의 대소사에서 아버지인 우암과 크게 대립하던 사람이었으니까.
     
    "아니, 아버님. 그 많은 의원들을 제쳐놓고 왜 하필이면 미수 대감입니까? 만일 지어준 약방문에 독약이라도 들어 있으면 어찌 하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차마 가기 어렵습니다."
     
    이에 우암은 아들을 꾸짖으며 당장 다녀올 것을 명령하니 듣지 않을 수 없었다.미수 대감을 찾은 아들이 아버지의 병세에 대해 소상히 아뢰자, 미수 대감은 이야기를 다 들은 뒤 약방문을 적어 주었다.돌아오면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비상(독약)이 한 돈쯤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버님, 보십시오. 제가 당초에 뭐라고 말씀드렸습니까? 분명 아버님을 독살하려는 것입니다.아무리 적대관계에 있다 해도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암이 약방문의 지시대로 약을 조제하라고 명하자,아들은 하는 수 없이 비상을 반쯤 넣고 약을 짓게 했다.미수 대감이 처방한 대로 비상을 한 돈을 넣으면 아무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아서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약을 다 마신 우암은 금세 병세가 호전되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지만 끝내 완치할 수는 없었다.이를 본 아들은 다시 미수 대감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자신의 우매함을 후회하며 다시 한 번 약방문을 내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이에 미수 대감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를 믿지 못하여 약을 반밖에 쓰지 않았구나.네 아버지는 오랫동안 아기 오줌을 드셨기에 내장이 상했다. 그러기에 비상으로 이를 고치고자 함인데 네가 그르치고 말았구나.비상이란 원래 단 한 번 밖에 쓸 수 엇는 법!완치는 불가능하리라.
     
    그리하여 우암은 죽을 때까지 지병을 고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비록 우암과 미수는 당파 싸움을 격렬하게 하는 적대관계에 놓인 사이일지라도 서로간에 믿어주는 신뢰의 인간관계는 절대적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그리고 미수 대감을 믿지 못하고 비상을 아버지 생각한다고 반 돈만 넣어서 약을 지어 달라고 한 우암의 아들을 보면서 어느 자식인들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겉똑똑한 것이 오히려 병이 되고 어줍잖게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체 하며 불신하는 것이 오히려 큰 해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가져 보았습니다.
     
    비록 정치관과 가치관, 철학은 달리 하더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고 서로간에 믿어주는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선비정신이 오늘날 우리 정치인들이 꼭 필요함을 절감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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