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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수좌 ~ 적명스님니르바나의 언덕에서 2020. 2. 8. 09:54
낯선 동네로 이사를 갔을 때, 누구나 골목에서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모르는 사이이기에 누가 지나갔는지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두 달 지나면 눈에 익어 무심결에 알아보게 되고, 그러다 문득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을 때엔 상대방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 말을 걸게 된다.
묻기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의심이 일어난다는 이야기이며, 아무 것도 모르면 알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화두를 처음 들 때는 그저 모르는 군중 속을 걷는 것과 같아서 지나쳐버리기 일쑤지만 계속해서 화두를 들다보면 익숙해지고, 친숙해져 마음이 가는 순간 강력한 의심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의심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마음이 저절로 가게 된다. 예를 들어 밤길을 혼자 걷는데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을 땐,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몸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앞에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려고 안테나처럼 열어놓은 자기 의식상태만이 있을 뿐 의식이나 마음, 상념이 모두 끊어지는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식상태보다도 더 활짝 열린 의식이 그 자리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적명 스님의 월간 불광 인터뷰 중에서'니르바나의 언덕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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