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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하루 하루 채우기 2018. 10. 14. 11:27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는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영혼아,
    무엇을 찾는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ㅡ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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