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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권태를 벗어나야.인생2막 근육키우기 2025. 2. 9. 10:14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가난도 걱정도 병도 아니다. 그것은 생에 대한 권태이다.” 피렌체 공화국의 핵심 공직자로 잘나가던 마키아벨리는 40대 중반 나이에 메디치 가문에 의해 투옥되고 해고되기에 이른다. 강제로 자유인이 된 것. 찬란한 르네상스를 꽃피운 피렌체이지만 당시 정치 상황은 지금 한국의 그것처럼 극도의 혼란이 반복되었다. 생산성의 정점에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 삶의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 글을 썼으니 저 유명한 ‘군주론’이다. 글쓰기는 역경을 극복하는 마키아벨리의 방식이었다. 피렌체 외곽, 마키아벨리의 집에는 그의 책상이 남아 있다. 책상에는 잉크 자국인지 마시다 흘린 키안티 포도주 자국인지 모를 흔적이 배어 있다. 직장 생활을 끝내고 방문한 내 눈에는 퇴직자 마키아벨리의 눈물로 보였다.
삶의 권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으로 카사노바의 회고록 ‘내 삶의 이야기’가 있다. 마키아벨리처럼 그 역시 이탈리아 출신이며 사후의 명성도 그리 좋지는 않다. 플레이보이, 호색한, 도박꾼, 사기꾼 등 부정적인 것들뿐이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다채로운 인생을 살았다. 185㎝의 큰 키와 우월한 외모, 유창한 화술, 가톨릭 성직자로 인생을 시작해 군인과 바이올린 연주자, 사업가, 스파이 등 다양한 페르소나의 주인공이었다. 프랑스와 프로이센 궁정, 콘스탄티노플과 모스크바까지 유럽 대륙을 누비고 다닌 위대한 여행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 말년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랜 망명 생활과 낭비벽으로 빈털터리가 된 처지에 발트슈타인 백작의 후원으로 보헤미아 지방의 둑스(체코어로는 두흐초프) 성에서 개인 도서관을 책임지는 사서로 일자리를 얻는다. 백작의 하인들에게까지 놀림받던 처지였다. 72세의 카사노바는 그 치욕을 이기기 위해 매일 글을 썼다. 하루 13시간씩 썼다고 하는데 ‘그 13시간이 13분처럼 지나간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몰입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삶에 대한 권태라던 마키아벨리의 고백과 비슷하다. 신은 공평하다. 갑질의 끝판왕이라는 국회의원으로 지내다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선거에서 패배해 보통 사람의 자리로 돌아오면 우울증으로 고생한다. 권력자, 재벌도 힘이 빠지면 예외 없다. 해가 바뀌어 주변에서 많은 이가 직장을 떠났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잃어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퇴직 후 재취업, 공부, 취미 등 다양한 분야의 삶에 도전하지만, 가장 흔하게 목격하는 것은 ‘방황’이다. 새로운 길을 못 찾고 미로를 헤맨다. 하지만 괴테는 말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길을 잃고 헤매기 마련이라고.
100세 시대에 퇴직은 인생 후반전의 시작이다. 손흥민의 축구팀이 전반전 끝나고 하프타임에 전략 전술을 가다듬듯이 개인도 그럴 필요가 있다. 혁신은 아웃사이더가 일으키는 법이다. 인생 혁신도 비슷하여 조직 생활 속에서는 삶의 혁신에 한계가 있다.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질주 본능을 깨워볼 때다. 머지않아 봄이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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