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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에 아버지라는 사람
    내 삶의 나침반 2024. 10. 30. 09:07

    < 이 세상에 아버지라는 사람 >

     

    말없이 가족을 바라보며 속을 다듬고 있는 그 남자의 이름은 아버지이다. 나도 아버지가 되었고, 이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100분의 1이라도 느낄 것 같다. 어릴 적 철벽 같았던 아버지의 울타리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그는 힘들게, 피가 베이도록 치열하게 이 세상을 살아왔다. 살아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그 옛날 아버지가 생각난다.

    이 세상의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와 아버지가 된다. 어린아이들을 위해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럽다면, 줄에 앉은 참새처럼 아버지는 자식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그 자식들은 아버지의 나라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지만,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 있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나의 아버지’, 천하무적 아버지라도 자식 앞에서는 유리잔이 된다. 풍족해진 세월이 되었지만, 아버지의 웃음에는 여전히 걱정이 묻어 있다. 등 굽힌 그동안의 짐들... 아직도 자식이라는 짐을 내려놓지 못해 막걸리잔에 울컥하시는 아버지. 자식이 나이가 들어도 아버지에게는 여전히 어린아이일 것이다. 혹시 늦는 날이면 골목길 가로등 아래에서 밤이슬 맞고 서 있는 그분이 아버지였다.

    괜찮다고 하시지만, 곤한 코골음 속에서 아버지의 은혜를 우리는 기억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부모의 사랑은 내려갈 뿐이고, 올라오는 법이 없다. 어떤 효도도 아버지의 참사랑을 넘을 수 없다. 세상에는 어머니들이 가득하고 아버지는 없는 듯하다. 아들이고 딸이고, 모두 “우리 엄마”를 부르며 고생한 사람은 우리 엄마뿐이라 말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집안의 울타리와 담이 되었다. 새벽같이 일터로 나가고,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로지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 아버지는 항상 윗사람 눈치를 보며 아래사람에게 치이면서,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일에 온몸을 바쳤다.

    세탁기 안에 꼬인 빨래를 꺼내어 건조대에 널고, 청소기를 돌리며, 분리수거하는 날에 맞춰 쓰레기를 버리는 일까지 모두 아버지의 몫이 되었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아무 말 없이 자녀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 하는 자책을 매일 하고 있다.

    아버지는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띠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그 마음을 알기란 어렵다. 너무 깊어,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감사의 마음 한 모퉁이에 아버지를 새겨넣자. < 해따실명상원 예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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