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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까까머리 소년이 되어
    인생2막 근육키우기 2019. 8. 5. 05:22
    그때 까까머리 소년이 되어

    그시절 그들의 여린 마음은
    순하게  길들여지고
    어렴풋한 희망에  웃음이 맑았던
    쑥떡색 여름교복 소년들의
    정 넘치는 눈빛이 눈부셨다.
    공학관엔 최고의 기술인을 지상목표로
    꿈이 가득 차 있고
    반지하 제직실습장엔
    경희라는 예쁜 이름의 심술상의
    실습선생이 말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넓지 않은 운동장 한구석엔
    Ast교련복에 목총을  들고
    가슴에 멸공을 붙이고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았다.
    교실로 돌아가는 길엔
    구내 매점에서 흘러나오는
    우동냄새가 혼을 흔들었으나
    염색실습장의 독한 화학약품 냄새에
    묻혀져 갔다.

    교문을 등진 지 42년~
    홍안의 미소년들은 반백의 중늙은이가 되어
    흐릿한 눈에 물기를 담고
    제법 번듯한 추억의 교정에 서있다.
    친구야, 친구야  어깨동무 해보자.
    충청도 공주에서, 경남 합천에서
    멀리도 달려와  형설의 탑을 쌓아
    묵고 살고 호랑이마누라, 자식 먹여 살리느라
    진배기 고생 많이도 했다.

    그 때 교장선생님은
    구리 동상이 되어 학교를 지키고
    그 기념비 앞에서
    이제 우리는 또 무엇을 꿈꿔야 하나...
    남은 꿈이라도 있나?
    자주 만나 막걸리, 소주한잔에
    시부렁 이나 하는 일 밖에...
    밤차로 떠나는
    친구의 처진 어깨에  가슴이 찡한데
    이놈의 대구 날씨는
    와 이래 덥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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