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을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쓸 때 ‘ㅇㅇ’, ‘ㅋㅋ’, ‘ㅎㅎ’, ㄷㄷ처럼 자음만을 겹쳐 쓰거나 혹은 ‘ㅜㅜ’나 ‘ㅠㅠ’처럼 모음만을 겹쳐 쓰는 경우가 많다.
‘ㅇㅇ’은 ‘알았다’에서 ‘알았’의 초성인 ‘ㅇㅇ’을 딴 것이고 ‘ㅋㅋ’과 ‘ㅎㅎ’은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인 ‘큭큭’ 혹은 ‘킥킥’, 그리고 ‘하하’ 혹은 ‘흐흐’에서 ‘ㅋㅋ’과 ‘ㅎㅎ’을 딴 것이며 ‘ㄷㄷ’은 뭔가 무서운 느낌이 들 때 몸을 떠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인 ‘덜덜’에서 ‘ㄷㄷ’을 딴 것이다. 그리고 ‘ㅜㅜ’와 ‘ㅠㅠ’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비슷해 난감하거나
슬픈 감정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그런데 자모를 몇 번 겹쳐 썼느냐에 따라 느낌의 정도가 달라지는데, ‘ㅠ’처럼
한 번만 쓰면 ‘조금 난감하다’의 의미가 되고 ‘ㅠㅠㅠㅠ’처럼 여러 번 겹쳐 쓰면 강조의 의미를 나타내 ‘정말 난감하다’의 뜻이 된다.
이처럼 자모만을 사용해 문자 메시지를 쓰는 것은 쉽고 간편하게 글자를 써서 일종의 이모티콘처럼 상대에게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자모를 함께 조합해서 글자를 쓰지 않고 자음이나 모음만을 떼어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글을 파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한글의 자모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대단히 창의적인 한글 활용 방법 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도 남용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자모만을 남용해 글을 쓰는 것은 바른 언어생활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자모를 양념처럼 간혹 쓰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양념을 지나치게 많이 뿌리면 전체적인 글의 맛을 망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