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란 놈
< 걱정이란 놈 >
걱정이란 놈은 파리를 닮았다. 게으른 사람 콧등에는 올라앉아 까불어도, 부지런한 사람 곁에는 얼씬도 못 한다. 팔을 저어 내쫓아도 멀리 날아가지 않고 금방 다시 내려앉으니, 결국 몸을 움직여야 한다. 머릿속을 좋은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밝게 행동해야 한다. 파리는 탁한 냄새를 풍기거나 잠시 빈틈이 보이면 쉴 새 없이 날아들듯, 우리를 따라다니는 걱정 또한 그렇다.
걱정 없는 삶, 그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경지다. 깊은 산속, 동양화에서나 볼 법한 폭포가 흐르고, 커다란 나무 아래 도인 둘이 바둑을 두는 무릉도원 같은 곳에서 살면 걱정이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걱정은 생각보다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다.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좀비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쉽게 얕잡아볼 존재가 아니다.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한적한 산골에 머문 적이 있다. 따가운 햇살 아래 땀을 흘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거나, 눈물 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때면 걱정은 잠시 잊힌다. 하지만 조용한 시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다시 스며든다. 걱정은 바쁠 때는 자취를 감추지만, 마음이 한가로울 때 불쑥 들이닥치는 불청객이다.
그러나 걱정이 때로는 약이 될 수도 있다. 건강을 걱정하지 않았다면 병들었을 것이고, 돈을 걱정하지 않았다면 길거리에 나앉았을 것이며, 인간관계를 걱정하지 않았다면 어느 산속에서 자연인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걱정은 다름 아닌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다. 걱정 없이는 행복에 이를 수 없다. 걱정은 행복을 향한 사다리다. 후들 거리지만, 그 사다리를 밟아야만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걱정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오히려 걱정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철학은 걱정을 공부하는 것이고, 종교는 걱정을 절대자에게 맡기는 것이며, 명상은 스스로 걱정을 다스리는 행위다. 걱정거리를 종이에 적어보자. 글로 쓸 수 있는 걱정은 이미 해결의 실마리를 안고 있다. 적어놓은 걱정을 바라보며 고민해 보자. 그 걱정이란 놈의 멱살을 잡고 매달려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걱정은 제대로 하고, 쓸데없는 걱정은 걸러내야 한다. 그것이 삶의 지혜다.